편백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 주범, 일본엔 애물단지
편백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 주범, 일본엔 애물단지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8.04.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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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식목일마다 수만그루 심는다... 환경 맞춰 수종 선택해야
-산림청, 알레르기 주범은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뽕나무, 느릅나무 등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가 자생지인 일본에선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으로 지목돼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재선충 피해를 입은 소나무 대체조림으로 편백나무를 매년 수만그루씩 심고 있어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울산대학교 최기룡 교수(식물생태학)는 18일 “편백은 삼나무와 함께 국제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인 화분증(花粉症)을 유발하는 나무”라며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분별하게 편백을 심고 있다”고 밝혔다.

편백은 풍매화로 수술의 꽃가루가 10㎞∼100㎞까지 퍼져 나간다. 편백의 꽃가루는 천식, 눈 가려움, 콧물 등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편백과 삼나무 꽃가루의 배출량을 방송으로 알리며 주의를 환기하고, 조림사업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도는 소나무 재선충 피해지의 대체조림으로 편백을 많이 심고 있다. 또 대표적인 화분증 식물인 삼나무 숲도 조성했다.

편백은 우리나라가 자생지가 아니라 일본이 자생지다. 식물의 자연적인 변화를 인간이 앞장서서 바꾸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최 교수의 경고다.

최 교수는 “경제적 가치가 있고 피톤치드 많이 배출된다는 이유로 편백을 앞다퉈 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피톤치드는 모든 식물에 다 있으며 경제적 가치보다는 화분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보령시에도 성주산을 비롯한 임야, 성주면 성주리(심연동) 일대에 간벌을 통한 지속적인 편백나무를 심고 있어 충청남도와 보령시가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분별하게 편백을 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강 모 교수의 가족은 "심연동 편백나무 숲에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자녀들이 알레르기를 호소하며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제야 원인을 알게 되었다며 편백나무 숲이 알러지의 주범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편백과 삼나무가 알레르기의 주범이라고 각종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 산림청은 지난 3월19일 해명 자료를 내고 우리나라에선 편백나무가 주는 효용이 훨씬 크다며 편백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산림청은 지난 18일 모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편백나무는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나무이며, 해마다 이 때문에 수백만명이 고통받는 애물단지 나무다. 그런데 편백을 우리나라는 식목일마다 수만 그루를 심는다.”라는 내용은 우리나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또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수목은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의 순이며 편백나무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일본은 편백나무 자생지로 그 생육범위가 넓다. 조림면적도 260만ha로 전체 조림면적(1035만ha)의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편백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편백나무는 일본에서만 피해를 줄 뿐 우리나라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주장인 셈이다.

산림청은 이어 “우리나라는 1973년 1차 치산녹화기 이후 편백나무를 14만ha 정도로 심었다. 이는 전체 조림면적(280만ha)의 5% 정도를 차지한다”라며 “ 한국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수목은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뽕나무, 느릅나무 순”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편백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가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염증을 완화한다고도 덧붙였다.

산림청은 “편백나무는 목재가치 뿐 아니라, 다량의 피톤치드 배출에 따른 삼림치유 효과 등으로 산림소유자와 국민들이 선호하는 수종”이라며, “앞으로 의학분야와 공동으로 꽃가루 발생 시기, 꽃가루 농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적지분포 변화 예측결과에 따라 미래 대비 수종을 설정하고 지역특성을 고려한 수종 다양화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