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만점 15명, 재학생 7명
올 수능 만점 15명, 재학생 7명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7.12.24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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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규군, 대구 운암고 수능 만점생... 집을 교실처럼 꾸며 모의시험 봐
-교육특구 수성구·특목고 유혹에도묵묵히 공부... 주말마다 아빠와 캐치볼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1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모두 15명(재학생 7명, 졸업생 7명, 검정고시생 1명)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육평가원에 따르면 대구 운암고 3학년 8반 강현규(18)군이 재학생 만점자 7명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3일 치른 올해 수능 가채점 결과 당시 재학생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았는데 공식적으로 만점이 확인된 것이다. 만점 사실은 대구교육청이 학교를 통해 12일 오전 강군에게 공식 통보했다.

올 수능일은 지난달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일주일 미뤄진 지난달 23일 치러졌다. 강군은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이후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강군은 경북 포항 지진 때문에 수능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좀 허탈했어요. 시중에 나온 문제집을 거의 다 푼 상태였고 컨디션도 수능일에 맞춰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수능생이 같은 심정이었을 테고, 여진까지 겪었던 포항의 친구들은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는 "예정된 수능 날에는 차라리 하루 쉬자 싶어 친구들과 영화를 봤다. 다녀와서는 남은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획을 짰다. 문제집을 선별해 풀기 시작했다. '일주일 뒤에 치지 뭐'라고 편하게 생각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중앙일보에서 인터뷰한 강군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 만점 받은 소감은. A : 모의고사에서도 몇 번 만점을 받았다. 이번 수능에선 국어를 풀고 20분이, 수학은 다 풀고 난 뒤 10분이 남았다. 답안지 마킹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세 번씩 확인했다. 저보다 부모님께서 기뻐하셔서 뿌듯하다.

Q : 한국은행 직원도 6문항 중 2문항이 틀릴 정도로 어려운 경제 지문이 국어에 나왔는데. A :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국어 2등급을 받았다. 슬럼프라고 생각했다. 방심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공부법을 다듬었다. 해당 지문의 경우 '지문을 이해하는데 집착하지 말고 문제가 물어보는 바를 찾자'는 풀이법이 잘 통했던 것 같다. 강군은 흔히 대구의 교육특구로 불리는 수성구가 아닌 북구 칠곡지역의 일반고인 운암고에 재학 중이다. 북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해 주위에서 "수성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Q : 수성구에 있는 학교나 특목고에 갈 생각은 없었나. A : 강북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 "어디 있든 빛날 사람은 빛난다"고 말씀해 주셨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운암고로 진학했다.

강군은 운암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범생이'로 불린다. 실제 공부 방법에 관해서 묻자 강군은 "학교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강군의 담임이자 3년간 그를 지켜봐 온 강소현(53) 교사가 웃으며 "정말 그렇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군은 고등학교 내내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3년 내내 대부분 학교와 집에서만 공부했다.

강군의 집에는 학교에 있는 책상·의자와 동일한 제품이 있다. 강군이 용돈을 모아 샀다. 집에선 이 책상에 앉아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다. 수능을 결국 학교에서 치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했고, 집에서도 최대한 학교에서 공부하는 기분을 내려고 했다는 게 강군의 설명이다.

Q : 공부방법은? A : 내신이 중요했기 때문에 당연히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신체 흐름이 수능에 익숙해지기 위해 주말이면 집에서 수능 시간에 맞춰 모의고사 시험지를 풀었다. 학원은 다니지 않아도 인터넷 강의는 신청해서 들었다. 시중에 나온 문제집 대부분을 풀어서 새로운 문제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Q : 수업시간에 딴 생각이 들거나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 어떻게 극복했나. A : 사실 딴생각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웃음). 집에서는 유혹이 많으니 공부하기 싫을 때가 있다. 더이상 공부를 못할 것 같은 한계치에 도달하면 침대에 1~2시간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쉬거나 음악을 들었다.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컴퓨터 게임은 하지 않았다. 물론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게임에 빠졌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학원에서 상담 후에 집에 가서 어머니께 컴퓨터에 비번을 걸어달라고 말씀드렸다. 게임을 한동안 하지 않다 보니 생각이 나지 않더라.

강군은 수능 공부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고3 내내 친구들의 '공부 멘토'로 활동하고, 의학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의사나 간호사가 되길 원하는 친구들끼리 만든 동아리에서 병원 실습도 가고 과학 연구도 하면서 함께 꿈을 키웠다. 담임 정씨는 "3년 내내 지켜봤지만, 정말 성격까지 좋은 친구다. 훌륭한 인성을 바탕으로 지성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Q : 후배들에게 공부 방법을 조언 한다면. A : 대부분의 친구들이 공부계획을 시간 단위로 짠다. 하지만 그럴 경우 지키기가 어려워 나는 하루 공부 총량만 정했다. 1~2시간 쉬는 시간을 확보한 뒤 총량을 계획했다. 그래서 공부가 잘되는 날은 빨리 끝내고 쉬면서 다음날을 준비할 수 있었다. 또 수능은 장거리 싸움이기에 오랜 기간 체력관리를 하면서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나는 하루 평균 6~7시간 잠을 잤다. 오전 1시까지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오히려 부모님께서 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Q : 부모님께서 든든한 조력자였던 것 같다. A : 아버지와 주말마다 캐치볼을 하면서 체력을 관리했다. 또 같이 야구장에 가서 머리를 식혔다. 부모님께선 어렸을 때부터 의사를 꿈꾸는 저를 위해 '공부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의사가 어떤 직업인지를 같이 알아보자'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홍삼 먹으라고 할 때마다 짜증 낸 적이 많은데 죄송하고 앞으로 잘해드리고 싶다.

강군은 의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고3 때 풀리지 않는 수학 난제를 다룬 책인 『리만가설(Riemann Hypothesis)』을 읽으면서 슬럼프를 극복하기도 했다. 리만은 독일 수학자다. 강군은 "책에서 난제의 가설이 참일 경우 얼마나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

꼭 의사가 돼 난치병 치료법을 연구하자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치료해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중증외상센터장)처럼 환자를 살리는 데 온몸을 던지는 의사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