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00만 인구 北 지도에서 없애겠다”
트럼프, “2500만 인구 北 지도에서 없애겠다”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7.09.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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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트럼프 강력발언 쏟아내 “로켓맨 자살임무” 김정은 비난…42분중 5분간 北 언급.
-다른나라 외교관들도 놀라움…정부 확대해석 경계 분위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2500만 인구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겠다고 위협하며 강력발언을 쏟아내 전 세계가 초긴장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를 언급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에도 강했지만 이날 연설은 동맹을 위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점,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점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특히 “과거 ‘화염과 분노’발언은 단순히 김정은과 그의 정부를 제거하려는 위협으로 해석됐지만 ‘완전 파괴’는 북한 인민에게 그들의 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절멸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신호를 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포함한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로 ‘레드라인’ 문턱을 밟은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만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최후통첩성 경고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다”면서도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긴 했지만 현재까진 사실상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정상의 말로는 대단히 이례적인 표현이다.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자신의 트위터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언급한 ‘화염과 분노’, ‘대북해법 장전’, ‘심판의 날’등의 표현보다도 한층 수위가 높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을 겨냥해 “로켓맨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미 외교안보 고위인사들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실패할 경우 군사옵션만 남게 된다고 경고하고 미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장은 “미국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에 대해 상당한 검토를 했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매티스 장관이 언급한 북한의 전면적 반발을 자극하지 않는 군사옵션에서 더 나아가 북한이 끝내 핵ㆍ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끝가지 가서 완전 초토화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신의 유엔 데뷔무대에서 5분이 넘는 시간을 북한 문제에 할애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했다.

박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았겠지만 유엔총회를 통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보다 더 협조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낸 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두고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대한 최후통첩식 경고를 전달하는 계기로 활용하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한 특유의 어법이란 해석도 나온다.

WP가 ‘엄청난 표현’이라고 평가한 것과 달리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파괴’발언이 나올 때 다른 회의장에 있던 외교관들이 당황하고 매우 놀랐다고 전하면서도 앞서 김 위원장과 이미 1차 설전을 초래했던 ‘화염과 분노’와 마찬가지로 ‘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기류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국제사회와 유엔이 당면한 평화와 안전 유지와 관련한 주요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대한도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원론적 논평을 내놓았다.

트럼프의 독설을 예상한듯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전면 보이콧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유엔총회장 맨 앞줄 좌석을 배정받은 지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은 지켜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차례가 되자 돌연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북한 대표단을 이끄는 리용호 외무상은 오는 22일 기조연설을 앞두고 20일께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 때는 회의장에 자리하지 않았다.

중국은 유엔에서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유관 각국이 공동성명의 원칙과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한반도 핵 문제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길 믿는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6자 회담이 한반도 핵 문제의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중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합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