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묻지마식 성과급 없애야...
지방공기업, 묻지마식 성과급 없애야...
  • 보령뉴스
  • 승인 2010.11.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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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빈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장

성과급(成果給)이란 노동시간이나 근무경력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성과’ 즉 일정한 기간에 달성한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금전적 보상을 의미한다. 보통 월급 이외에 1년에 한번 또는 두번 직원들의 근무 성과에 따라 액수의 차별을 둔다. 그리고 성과급 총액은 보통 연봉의 20%를 넘지 않는다.이렇게 볼 때 성과급이란 우선 그 기업 혹은 조직이 흑자를 내거나 성과가 좋을 때만이 직원에게 지급해야 마땅하다.

 

조직으로서의 기업이 적자를 낸다든지 적자는 아니라도 높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신용도가 떨어진다는 뜻이고 노란색 혹은 빨간 신호등이 켜진 셈이므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공기업은 물론이고, 광역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공공기관도 부채 규모는 늘고 성과는 내지 못했는데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이제 보편화했다. 행정안전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2007~2009년 지방공기업 성과급 현황’에 따르면 90%이상의 지방공기업이 높은 부채비율과 누적적자로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매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16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도시개발공사의 부채 규모는 34조9820억원으로 전체 지방공기업 부채42조6800억원의 약 82%나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에 대한 ‘묻지마’식 성과급 잔치는 예외가 없다.

예컨대, 서울시 소속의 SH공사는 지난해 말 현재 16조3455억원이나 되는 부채를 안고 있어, 그 비율이 1년 사이에 369.3%에서 505.5%로 136.2%포인트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H공사의 임직원은 지난해 54억3264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것은 임원 1인 평균 2187만원을, 직원은 1인 평균 837만원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성과가 좋아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성과가 나빠서 성과급을 지급한 셈이다. 과오(過誤)를 범한 것에 대해 돈을 지급하는 ‘성과급(成過給)’을 지급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된 데 대해 누군가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말이다.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전전하는 실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분통터질 일이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현 정부 아래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가?

우선, 원래 성과급은 일부 서유럽 국가의 민간기업에서 발달한 제도로서 한국의 문화에는 잘 맞지 않다. 차별적 금전적 보상이 차년도 근무를 열심히 하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誘因)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공기업 임직원의 주인의식, 나아가서는 윤리의식 부족이다. 자기가 피땀 흘려 이룬 기업이라면, 부채가 산더미같이 쌓이고 있는데 산해진미로 잔치를 하기에 바쁠까. 부실경영에 대해 그 공기업의 임원이든, 아니면 그 원인을 제공한 외부의 정치인이든 적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끝으로, 부실한 외부 통제도 문제다. 예컨대 지방공기업을 감독하는 책임이 있는 지방의회,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의 문제다. 특히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지방공기업에 대해 좀더 책임있는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영실적과 관련된 점수가 너무 낮다.이제 ‘성과급(成過給)’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빚을 늘리기까지 한 지방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를 조속히 차단하고 진정한 성과급(成果給)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임도빈 교수 /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