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나라,가정,건강 거덜난다
음주...나라,가정,건강 거덜난다
  • 김윤환 기자
  • 승인 2013.02.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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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연간 7조3000억
- 4050세대 음주 질병비용 70% 차지

중견 건설회사의 부장이었던 최모(43) 씨는 3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조기 위암 판정을 받았다. 최 씨는 회사에 입사할 당시부터 ‘술고래’로 불리며 임원진과 선배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술을 잘 마시면서 입담도 좋았던 최 씨는 중요한 계약이 있을 때 어김없이 투입됐고, 다른 동기들보다 빠른 승진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됐다. 잦은 음주로 몸은 점차 망가져 갔고, 결국 암 판정을 받게 돼 현재 휴직을 하게 됐다. 최 씨는 “술만큼은 자신 있다 생각했는데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켰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잦은 회식과 스트레스로 인해 술에 젖어 사는 40∼50대 아버지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우리사회에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질병부분)이 연간 7조3698억원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음주로 인한 질병과 사고로 연간 각 6조1200억 원, 1조2498억 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본다.

6조1200억 원 중 40∼5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2%(4조296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가 2조1576억 원, 50대가 2조1385억 원이다. 이는 30대 남성(5677억 원)에 비해서 4배 가까이 많고, 20대 남성(597억 원)과는 35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40∼50대가 음주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큰 이유는 음주로 인한 조기 사망으로 발생하는 소득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40∼50대는 사회에서 한창 일을 할 나이며, 월급체계상 연봉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이 음주로 인해 사망하게 되면 본래 벌 수 있었던 소득을 잃게 된다. 이러한 소득손실분이 40대와 50대 각각 1조7387억 원, 1조4764억 원이다. 음주로 인한 암과 심혈관계 질환 등 질병이 40∼50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원인이다.

젊은 시절부터 마셔왔던 술이 점차 몸에 악영향을 주다 40대 넘어 증상으로 발현하는 것이다.

40∼50대 남성의 음주 관련 의료비는 연 6893억 원으로, 남녀 전체 음주 관련 의료비(1조3610억 원) 중 50.6%를 차지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비용(6조1200억 원)은 대표적인 음주 관련 질환인 암, 심혈관계 질환(뇌졸중 등), 소화기계 질환(알코올성 간질환 등), 정신 질환(알코올의존증 등)에서 추계했다.

이들 질환에서 음주가 미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한 뒤 의료급여·건강보험·비급여 등 직접의료비를 비롯해 의료기관 이용에 따른 간병비·교통비, 조기사망으로 인해 손실되는 미래 소득, 질병으로 인한 생산손실 등을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의료비가 1조361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간병비 1656억 원, 교통비 211억 원, 조기사망으로 발생하는 소득손실 4조1600억 원, 생산손실 4123억 원으로 산출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5조6923억 원(93.0%)을 차지했고, 여성이 4277억 원(7.0%)이었다.

사고로 인한 비용(1조2498억 원)은 산업재해, 교통사고, 화재 등이 고려됐다. 교통사고로 1조266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이어 화재 1174억 원, 산재 1058억 원 순이었다.

정영호 보사연 연구위원은 "여성의 가사노동 부문과 음주폭력 등 음주를 통한 범죄 등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워 추계에서 제외됐다"며 "이들을 포함한다면 음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음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큼에도 우리나라의 음주정책 강도는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사연이 해당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음주정책통합지표(주류 판매 제한 연령, 음주운전 기준 알코올 농도, 주류 가격, 주류세 포함)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음주정책 강도는 OECD 국가 30개국 중 22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