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명미
아열대 고기압이 꿈틀거린다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닭 뒷걸음 치듯 한다
비상대책 회의에서
어느 의로운 죽음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다가
그 죽음조차 아름답다고
아낌없이 한 몸 던지는 보시,
양계장이 들썩 거린다
엄마 젖 더 먹어야 하는 400마리 병아리 떼
나란히 줄지어 남동공단 구내식당으로 들어오고
수박들이 한 가득 주방행이다
호텔도 아닌 으리으리하게 옷 입은 음식점도 아닌 구내식당,
인삼 향수 뿌리고 다리 비틀어
냉면그릇에 얌전히 앉아있는 그를 먹겠다고
길게 꼬리를 물고 서 있는 참새 떼 짹짹 거린다
목련에 대하여 매미에 대하여 묻고 답하고
입에서 입으로 계절이 넘나든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이의 얼굴은 환하다
빙그레 문밖에서 빼꼼히 들여다보던 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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